김고은 박지현 ‘은중과 상연’ 후기, 결말 [스포 있음]

드라마를 보고 이렇게 울었던 작품이 없다.
다시 보기가 힘들 정도로 은중과 상연 인생 전체를 면밀히 봤다. 그 미세한 감정선에 공감하고 함께 가슴 아파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했다.

최근 김고은 작품들을 연달아 보고 있는데.
과거 도깨비 때도 참 신비한 배우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그 신비함을 뛰어넘는 배우가 되었다.

박지현의 재발견이기도 했다.
처음엔 그냥 굉장히 예쁜 배우로만 봤다.
과연 김고은과 연기를 맞먹을 정도의 배우인가 의심하기도 했다. 물론 극 전체를 주도하는 김고은을 뛰어넘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 내 확신의 눈물 버튼이 은중이 아닌 상연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인정하기로 했다.
박지현이 표현한 상연은 가히 최고였다.
 


배우들도 배우들이지만 조영민 연출에 송혜진 극본.
이 분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못하는 병이 있는 나에게 몇 안되게 끝을 보게 해준 작품을 만들어주신 분들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은중과 상연이 다시 보고 싶어지는데..
다시 몰입하고서 헤어나올 자신이 없다.
사실 연출과 극본, 연기도 연기지만..
극의 내용 자체가, 상연의 이야기 자체가 나에겐 크나큰 공감 포인트다.
상연의 생각들에 내 인생을 돌아봤다.
그녀의 짧은 대사 한 줄.
생각 하나.
나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상연의 인생을 100%는 아니지만 깊게 이해한다.
완벽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것 자체가 사람을 극한의 상황까지 끌어내리다보니 이해 못할 건 또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지점이라면.
마지막 회에서 나는 상연이가 은중이랑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잠드는 바로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 줄 알았다.
상연이가 끝내 스스로 그것을 선택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차라리 교통 사고로 끝났으면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연의 의지는 강했다.
사실 그렇게가 아니고는 상연의 인생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잠든 상연을 두고 은중은 테라스로 나가 혼자 오열했다.
나도 같이 울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혼자일 은중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상연은 마침내 스스로 해방을 맞았다.
마지막 두 사람의 모습은 그 마음을 떠나, 보기엔 행복 그 자체였다.
미소로 보내줄 수 있어 다행이다.
그것만으로도 행복이다.

그렇게 은중과 상연은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가 되었다.
원래 여자 둘이 나오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들의 우정은 늘 다툼이 있다.
은중과 상연도 다툼이 없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신랄하고 가혹한 다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났다.
거기다 여자의 마음은 여자 스스로도 잘 모른다.
그런데 그 마음을 모두 이해하게 하는 각본이 진짜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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